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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장수마을(삼선4구역) 이야기

재개발의 꿈조차 꾸지 못하는 삼선4구역

제가 요즘 머리 싸매고 고심하고 있는 삼선4구역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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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몇 년 전 주택재개발예정지역으로 지정되어 [삼선 제4구역 (No.17)] 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달동네입니다.
사진으로 보기에 왼쪽편은 낙산근린공원부지로 편입돼 작년에 철거가 끝났고, 지금은 공원조성 공사중입니다.
뒤쪽에 보이는 성벽이 서울성곽인데, 성곽길을 따라서 산책로를 조성한다고 성곽주변집들을 철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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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선 공원이 조성되고 한편에선 산책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남아있는 집들은 주변과 비교되어 더욱 초라해보이고 여태껏 살고 있는 이들은 남아야할 지 떠나야 할 지도 모른 채 미래를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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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은 벌써 강남쪽 외지인들이 거의 다 매입했지만, 현재까지 인가된 추진위원회도 없고, 비인가 추진위원회도 해산하거나 흐지부지된 상태입니다.
개발이라면 천지신명으로 떠받들던 공무원이나 개발업자들도 이 동네에서만큼은 나 몰라라 팔짱만 끼고 있으니 참 희한한 일이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곳은 서울성곽과 삼군부총무당을 끼고 있는 문화재보호구역이인데다 구역면적의 절반가량이 공원부지여서 개발수익이 신통찮았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수익성이 없어서 가난한 주민들이 쫓겨나지 않는 역설이 존재하는 곳이죠.

제가 대책없이 무모하게 뛰어든 일이 바로 '아무런 대책이 없어 보이는 이 동네를, 지금 살고 있는 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계속 살만한 동네로 만들 수는 없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답이 없습니다.
지금의 재개발 방식은 보상과 이윤이라는 논리 속에서 '주거'에 대한 개념은 완전히 무시되고, ‘주택(건물)’문제로 단순화시킵니다. 그러니 새로 지어진 '집(주택)'은 멋있고 편리한데, 그 자리에 살던 사람들은 그 '집'에 들어가 살 수 없고, 아파트는 들어섰으나 동네는 사라져버립니다.

해답은 지금의 개발방식이 아닌 다른 무엇이어야 하는데, 아직은 해답의 꼬투리라도 잡을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골목을 돌아다녀볼랍니다.
가진자들이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이곳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 나라에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대안개발'이니, '동네만들기'니 하는 것들은 아예 생각도 말아야 할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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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만난 녀석들입니다.
녀석들... 집은 있는지, 아니 비라도 피할데는 봐뒀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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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크리트 옹벽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전기줄이라도 감고 오르고, 마른 나뭇가지에라도 의지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이 동네 식물들을 보며... 나도 암담하지만 뭔가 방법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한가닥 희망을 가져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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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회엔 "환경과 인간의 관계성을 찾고, 단절되어버린 마을을 재구성하기 위한 대안 개발계획을 모색"하자는 나름 거창한 취지의 [삼선4구역 대안개발계획] 계획과 함께하는 분들에 대한 소개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