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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나들이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기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고 "쉬엄쉬엄" 산행을 취소하였다.
그런데 일기예보로는 오늘 비가 오지 않는다 하니 그냥 화창한 휴일을 죽치긴 싫어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을 하자고 마누라를 꼬셨다.
어제 비도 오고, 몸도 몸시 피곤하여 막걸리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맥주까지 마셨더니 아침이 뻐근하여 부시시 일어나긴 했지만, 예상대로 너무나 화창하게 갠 날씨에 기분이 무척 좋았다.
밀린 빨래부터 해치우고 점심 나절에야 마누라와 집을 나섰다.

골목길만 벗어나면 낙산공원 옆 서울성곽에 닿으니 그냥 여기서부터 성곽길을 따라가기로 했다.
원래는 성곽길을 따라 나무가 많았는데, 산책로 공사를 한다고 다 베어내버렸다.
복원을 하자는 건지 훼손을 하자는 건지 헷갈리는 대목이다.


혜화문

길이 나서 끊어진 성곽... 저 성곽 위로 서울시장 공관이 들어서 있다.

성곽위로 세워진 학교 담장.. 담장이 시대의 변화를 기록하듯 세월의 지층을 켜켜이 쌓고 있다.

본격적인 탐방을 위해 점심으로 황태구이와 황태찜 백반을 뚝딱 해치우고... ^^;

본격적인 북악산 서울성곽 탐방길에 나선다... 여기는 서울성곽 산책로 입구..

태조4년(1395) 정도전의 도성 축조 계획에 따라 만들기 시작했다는 서울성곽.. 평지는 토성, 산지는 산성으로 만들었는데, 세종이 전면 석성으로 수축하는 대대적인 보수 확장 사업을 하면서 사망자 수만 872명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 인구가 10만 정도였다고 하니 인구 천만인 지금으로 치면 8만7천명이 죽은 셈인가?
그러니 세종이 성군이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재고해볼 일이다.

초입부터 탐방객을 겁주는 계단... ㅠㅜ

우리는 암문을 빠져나와 성북동(성북2구역)을 거쳐가기로 한다.

성북동 풍경... 골목길도 예쁘고 가정집에 서 있는 측백나무 세 그루가 인상적이다.

성곽 옆에 자리잡은 성북2구역 마을은 아직도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화장실... 저것을 이용하는 이는 불편하다 하겠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또다른 감상으로 다가올 듯 하다.

마을을 지나 다시 오솔길로 서울성곽에 접근한다.

성곽길 주변에는 산딸기가 많다.

여기서부터는 탐방 신청서를 내고 출입증을 받아 목에 걸고 들어가야 한다.
신분증을 제출해야하는데, 내 주민번호가 막혀있단다. 이런 젠장 몇년 전 일인데 아직도 이런 불편을 겪어야 하는거야..
공익근무요원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얼렁뚱땅 처리해줘서 개목걸이 목에 걸고 통과했다.

성곽 너머로 건너다보니 삼청각이 가깝게 보인다.
한때는 권력자들의 향락의 공간이었다가 지금은 주로 기업가들의 비지니스(?)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삼청각 오른쪽으로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동네 성북동이 보인다.

시내쪽으로는 남산과 사대문안이 훤희 보인다.

서울의 북대문 숙정문에 도착했다.

남대문인 숭례문이 '예를 숭상한다'는 뜻이고, 숙정문은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이란다.
본래 출입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니고, 서울성곽 동서남북에 4대문의 격식을 갖추고, 비상시에 사용할 목적이라서 평소에는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대문은 대문인데 숙정문을 통과하는 큰길이 없다.

숙정문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탐방객들...

이 어처구니들은 뭘 지키고 있는걸까나...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가 훤희 내려다 보인다.
비오고 날 갠지 한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스모그로 뿌옇게 흐려지는 서울 하늘... ㅠㅜ

북악스카이웨이의 팔각정도 손에 잡힐듯 가깝다.

곡장으로 가는 길..

군 시설물에서 바라본 북한산 능선..
군바리들이 군 시설물은 찍으면 안된다고 몇 컷 지우라고 요구해서 지워줬다.
하얀 피부의 외국인은 아예 망원렌즈 끼우고 찍어대는대 뭐라 말도 못한다.
정부고 군바리고 자국민에게 뻣뻣하고 피부 하얀 외국인에게는 찍소리도 못하는 이상한 나라다.

저기가 북악산 정상인가? 벌써 다리가 노곤해진다.

다시 한 번 서울시내를 내려다보고...

하나의 담장에 담긴 다른 시대..

그림 그리는 이들...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

여기가 경치와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이었는데 지명이 뭐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ㅠㅜ

공사 구간과 일정, 책임자 등을 기록한 돌... 공사실명제인 셈이다.
먼 옛날에도 했던 공사실명제, 정책실명제를 왜 지금은 안하나?

북악산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오르막길이다.

백악산? 음~ 원래는 백악산이었나보군... 해발 342미터밖에 안되는데 왜 다리가 풀리지? ㅠㅜ

북악산 정상에 바라본 서울의 풍경

북한산의 장쾌한 능선

내리막길의 팍팍함을 달래주는 호랑나비 한 마리

가파른 내리막길... 보기만해도 다리가 후달린다.

드디어 창의문에 도착... 창의는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하다'는 뜻이란다.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인데, 북소문이라고 부른 적은 없고 자하문으로 부른다.

원래는 인왕산 성곽길을 따라서 서대문까지 가려던 계획이었는데, 다리가 너무 후달거려서 포기하고, 인왕산 산책로를 따라 사직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약간 쌩뚱맞은 공원인데 가수 이승환이 만들었는지 안내 팻말에 이승환 사진이 붙어있다.

인왕산... 인왕산길을 따라 마라톤을 하고 있는 멋쟁이 부부(?).. ^^

동병상련... 나도 저 심정을 이해하겠다. ㅋㅋ

드디어 마지막 하산길... 저 아래로 황학정이 얼핏 보인다.

탐방을 마치고 목 축인다고 생맥주를 벌컥벌컥.. 배고프다고 안주를 와구와구.... 배가 너무 불러서 찢어질듯 하여 드러누웠다가 느즈막히 일어나 포스팅을 하고 있는데, 사진을 너무 많이 올렸나?
포스팅하다보니 어느덧 자정을 넘겨버렸군... 얼른 자야겠다. 업로드 클릭 꾸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