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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원북면 황촌리 버듬이 해안으로 해상오염 방제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한낮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13일 태안 해상오염 방제활동을 위해 태안군 원북면 황촌리 버듬이 해안으로 갔습니다.
'버듬이'가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사전 검색으로 추적을 해 보니 '버듬하다' '버드름하다' '벋다'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대략 '벋다'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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벋다 [동사]
1 『(…을) …으로』 가지나 덩굴, 뿌리 따위가 길게 자라나다. 또는 그렇게 하다. 2 『…으로』길이나 강, 산맥 따위의 긴 물체가 어떤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가다. 3 『(…을) …에/에게』『(…을) …으로』기운이나 사상 따위가 나타나거나 퍼지다. 또는 그렇게 하다. 4 『…을』 오므렸던 것을 펴다. 5 『…을 …에/에게』『…을 …으로』어떤 것에 미치게 길게 내밀다.

벋다 [형용사]
끝이 바깥쪽으로 향하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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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대략 해안에서 바다쪽으로 삐죽 튀어나온 지형이라는 뜻 정도로 추측됩니다.^^

십리포, 구름포에 이어 이번에도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잘 미치지 않는 곳으로 버듬이 현장을 소개받았던 것인데, 버듬이 현장은 길찾기가 어려워서인지 그 동안 자원봉사자의 발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주로 군인들이 방제활동을 해 왔다고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어린이 4명을 포함하여 39명을 태운 버스는 좁디좁은 비포장 논두렁길을 아슬아슬 곡예운전하여 힘겹게 현장에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려서도 현장 상황실까지는 한참을 걸어야 했습니다. 간단한 작업지시를 받고 작업할 해변으로 나가보니 역시나 군인들만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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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방제복을 입고 있어서 구별이 잘 안되지만 자세히 보면 군인들은 국방무늬(일명 개구리 무늬)의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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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바위의 기름이 손으로 닦기에는 쉽지 않아 보일 정도로 많이 제거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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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구석구석 잘 살펴보면 아직도 기름찌꺼기가 켜켜이 쌓여있고, 돌맹이를 들추면 끈적한 원유가 그대로 묻어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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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닦기 힘든 바위 표면은 철솔을 이용하면 조금은 더 잘 닦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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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작업을 나서는 길에 점심 먹은 걸 소화시키려는 건지, 풍광에 취해서인지 갑자기 해변을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기름유출사고만 아니었다면 얼마나 낭만적인 모습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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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은 접어두고 다시 오후 방제작업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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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따라 방제활동에 참가한 어린이도 씩씩하고 의젓하게 바위를 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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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시를 넘기면서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군인들은 철수를 했지만, 우리는 남아서 방제활동을 계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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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쯤 춥기도 하고 귀경길도 서둘러야겠기에 작업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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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방제활동에 참여한 어린이가 작업을 마무리하며 무거운 포대자루를 번쩍 들춰메는 연출컷 ㅋㅋ ^^ 손에 빵봉지를 꼭 쥐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어딜가나 배 곯지 않고 열심히 일할려면 일단 식량부터 확보하는게 순서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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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현장을 배경으로 단체사진도 한 방 찰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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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방제활동에 참여하면서 더딘 듯 하지만 조금씩 회복해가는 해변을 보며 약간의 안도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방제작업의 진척과는 별개로 태안의 민심은 흉흉한 듯 했습니다. 민주노동당 태안군위원회가 오는 18일에 기름묻은 방제복을 입고 집회를 할 계획이라고 해서 입었던 방제복을 모아 전달하러 태안읍내를 지나는데, 거리 곳곳에 이번 기름유출사고의 피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영권 씨를 애도하는 현수막들이 걸려있었습니다. 현수막에는 태안군 주민들의 분노를 담고 있었습니다.
삼성에 의한 기름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선 지금까지도, 이번 사고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삼성과, 초동 대처 실패로 피해를 확대한 정부가 여전히 침묵하고 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답답한 상황에서 분노가 폭발한 주민들의 격한 행동을 또 공권력을 앞세워 불법과격행동으로 단죄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게 아닌가 걱정이 앞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