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 50/5, 50/10, 100/7, 100/10...
웬 난수표?
결혼 전, 그러니까 10여년 전까지 살았던 셋방들의 가격이다.
보증금30만원에 월세6만원...복덕방이나 벼룩시장 같은 생활정보지에는 "방1, 부엌, 월세6(보30)" 이런식으로 광고하기도 했다.
생긴것도 가지가지여서 내가 살아본 것들만해도 옥상위에 가건물처럼 대충 지어 난방, 수도 따위도 없는 방, 옹벽밖 자투리 공간에 벽돌과 판자로 덧대 바닥과 천장, 사방 벽 어느 하나도 같은 모양 같은 크기가 안나오는 방, 그런대로 네모 반듯하지만 좁아서 대각선으로 누워자야하는 방, 벽이 너무 얇아서 옆방에서 쉬는 숨소리까지 다 들리는 방, 창문이 없어서 칼로 벽을 찢어 창을 냈던 방....^^
웬만해서는 부엌에도 문달린 방을 구하기는 힘들어서 여름밤에 찬물이라도 끼얹을라치면 부엌앞에 노끈에 천을 매달아 대충 가리고 쪼그리고 앉아 씻어야 했는데, 가끔 눈치 없이 벌컥 제치고 들여다보는 이웃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는...ㅋㅋㅋ.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별별방이 다 있었고 재밌는 사연들이 많았군.
그런 방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한 유학생, 막노동꾼, 술집아가씨-웨이타, 백수 등등등 흔히 만나는 이땅의 보통 백성들이었다.
이런 방을 구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많을 듯 한데 어디서 쉽게 구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재개발이니 주거환경 개선이니 해서 갈수록 사라지는 저렴주택... 주거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가난한 이들이 저렴하게 살수 있는 주택도 절실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삼선교에는 아직 이런 허름한 골목과 집들이 남아있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