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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

범죄 부른 재개발지역 '빈집' 대책이 절실하다

여중생 이양(13) 납치 살해 사건을 계기로 도심 재개발ㆍ재건축 지역에 대한 특별 치안대책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다.

이번 사건이 부산 덕포동 재개발 지역의 빈집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부산 뿐만 아니라 전국의 재개발 대상지역에는 관리가 안 되는 빈집이 많다.

세입자 보상을 피하기 위해서 또는 사업을 빨리 추진하기 위해 조기에 퇴거시키고 빈집으로 방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빈집'들이 문제다.

사람이 살지 않고 헐리기만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동네의 흉물스러운 존재일뿐만 아니라 청소년 탈선이나 범죄의 장소로 이용되기 쉽다.

 

서울 성북구의 재개발 예정구역인 장수마을(삼선4구역)의 대안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빈집 주인들과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었다.

대부분 빈집 주인들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데, 그나마 연락이 되더라도 '빈집'을 내어주지 않았다. 
우리가 직접 수리를 해서 쓰고 월세도 내겠다고 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세를 들이면 보상문제가 생기거나 사업추진이 더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재개발 예정구역이지만 실제로는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는 장수마을(삼선4구역)에서도 '빈집'들은 대부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었고, 세를 주어 사람이 살거나 관리하게 하는 것은 투자에 걸림돌일 뿐이었다.

장수마을(삼선4구역)의 빈집들


장수마을(삼선4구역)의 경우는 주민도 자자체도 건설업자도 재개발을 사실상 포기한 동네다.

재개발은 전혀 추진되지 않는데도 빈집은 여전히 투자목적(?)을 위해 고집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마을의 안전과 주민 편익은 개인의 사유재산권 행사에 밀려 고려의 대상조차 못된다.

그런데 투자 하는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동네의 다른 주민들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투자이익을 위해 흉물스럽게 방치된 빈집을 곁에 두고 불편과 불안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너무 불편부당하다.

 

사업 진척이 더디거나 멈춰선 재개발 지역이 전국에 부지기수일텐데, 이 빈집들은 공공의 영역에서 관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장수마을(삼선4구역) 대안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빈집'에 주목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행히 빈집을 소유한 외지가옥주 두어 분을 설득하는데 성공해서 프로젝트 팀과 주민 모임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고, 다른 빈집들도 주민참여형 공동시설로 바꿔나가기 위한 계획을 진행중이다.

집은 역시 사람이 들락거려야 망가지지 않고 생명력을 얻는다.


개인적으로는 '빈집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 사유재산권과 공익 사이의 우선순위와 균형의 문제다.
따라서 공공이 나서야 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내 생각에는 소유자가 빈집 고쳐쓰기를 끝까지 원치 않으면 차라리 현재 상태의 지상권을 인정해주고 헐어버리는 것이 공익을 위한 차선이다.

개발과 투자수익에 대한 욕망은 멀쩡한 집도 망가뜨리고자 하지만, 동네와 주민공동체를 살리고 안락한 거주여건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망은 집을 살리고자 한다.

충돌하는 두 욕망의 사이에서 공공이 제 역할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