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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장수마을(삼선4구역) 이야기

장수마을 소식지 9호

장수마을(삼선4구역) 대안개발계획 진행상황이 궁금하여 가끔 제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주민들이 계셔서 소식지나 자료를 올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소식지 9호를 만들었고, 내일 새벽에 배포할 에정입니다.
그간의 소식을 궁금해하시는 전화를 여러번 받아서 간단하게라도 소식을 돌려야겠다 싶어 부랴부랴 만들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소식지에 실은 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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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마을(삼선4구역) 주민여러분 안녕하세요?

7월5일 주민총회에서 재개발예정구역 해제를 추진하기로 결정해 놓고도 별다른 활동이 없어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화로 문의해 오시는 분도 많았는데, 신속하게 소식을 띄우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그간의 상황을 간략하게 보고드리겠습니다.

대안개발연구모임은 5월까지 공동주택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안을 주요하게 검토하여 안을 완성하였고, 정비업체의 도움으로 비용산출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비용이 기대보다 너무 높게 나와서 재산과 소득이 낮은 다수 주민들에게는 부담이 크고, 사실상 재정착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용적율 제한, 서울지역의 높은 토지비와 공동주택방식의 높은 건축비로 더 이상 비용을 낮추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5월24일 주민워크샵에서 이 부분을 토론한 결과 공동주택방식으로는 주민재정착이 쉽지 않으니, 서울성곽과 연계한 경관협정사업에 의한 필지별 개보수와 신축안을 만들어서 개선효과와 비용을 비교하기로 하였습니다.

7월5일 주민총회에서 그 동안 진행한 작업 내용을 보고하고 토론한 결과 공동주택방식은 폐기하고, 경관협정에 의한 골목길가꾸기를 겸한 개보수 방식과 필지별 신축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만, 개보수 방안과 신축방안은 각각 추구하는 방향이나 구체적인 사업방식에 차이가 있으니 토론과 조정을 더 진행하기로 하고, 서울시의 일정상 재개발예정구역 해제 요구가 시급하므로 우선 재개발 예정구역 해제 동의서를 빨리 취합하여 서울시와 성북구청에 요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총회 후에 진행한 주민대표자모임에서는 재개발 예정구역 해제부터 추진하기로 총회에서 결정했지만, 해제 후의 대안을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셨습니다. 7월15일에는 혜화동 녹색교육센터에서 대안개발팀과 주민대표자들이 참석하여 경관협정에 의한 개보수방식과 합필에 의한 신축방안을 검토하는 합동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합동회의를 마친 후에도 대표자들께서는 비슷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대안개발연구모임은 주민대표자모임과 합동회의에서 제기하신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계획을 수정보완하고 있습니다. 8월16일쯤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여 새롭게 검토한 내용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런 사정으로 총회 때 결정한 재개발 예정구역 해제 동의서 취합을 잠시 유보하고 있습니다. 일정이 지연돼 걱정이긴 하지만, 주민대표자들께서 우려하시는 내용도 충분히 일리가 있고, 무엇보다도 이 일은 주민여러분들의 선택과 의지로 추진해야 하는 일이므로 주민여러분과 대표자들의 뜻을 전적으로 존중합니다.

대안개발연구모임은 마을과 집들을 고치든 새로 짓든 주민들이 부담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비타트의 염가주택건축방안이나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주거환경개선사업이나 경관협정사업을 제안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만들어왔던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주요하게 검토하던 테라하우스형 공동주택방식은 기대보다 높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판단해 대안에서 제외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 주민여러분께서 실망이 컸고 안타까워 하셨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네를 반듯하게 잘 꾸미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이 없다고 쫓겨나지 않고 정든 마을에서 계속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조금만 더 기운을 냅시다.

이미 말씀드린 대로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을 담은 2004년도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올해 변경됩니다. 5년마다 계획이 변경되므로 올해 우리 삼선4구역이 재개발 예정구역에서 빠지지 않으면 2014년까지는 계속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묶여있게 됩니다. 이러면 신축, 증축, 대수선에 해당하는 집수리 등의 건축행위는 계속해서 금지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마을의 재개발은 수익성이 없어 추진이 불가능하고 설사 추진이 된다 해도 몇 억에 이르는 추가부담금을 낼 형편이 안 되는 분들은 정든 동네를 떠나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주민들이 재개발예정구역 해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 중에는 공원화를 원하는 분도 있고, 막연하게 서울시가 어떻게 해주겠지라고 기대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원화를 포함한 어떤 대안도 서울시와 성북구청이 확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본계획 변경과 관련해서도 성북구청은 서울시에 삼선4구역에 대한 특별검토를 요청했을 뿐 재개발 예정구역 해제를 요청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재개발예정구역 해제 요구를 분명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앞으로 5년간은 재개발예정구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시로부터 구체적인 지원약속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재개발예정구역에서 해제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관협정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다른 사업방식으로의 전환이 그렇게 단기간에 결정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서울시의 기본계획 변경 계획이 어느 정도 방향성을 확정하는 8월에는 일단 시급하게 재개발 예정구역 해제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울시에 제출할 대안을 확정하여 2단계로 협의하는 방식이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지금은 재개발예정구역 해제 동의서 취합을 잠시 유보하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재개발예정구역 해제는 더 어려워집니다. 따라서 주민설명회를 준비하는 동안 이웃들과 충분히 의견을 나눠주시고, 차후에 동의서 취합을 재개할 때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