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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궁시렁궁시렁

한국사회 욕망의 악순환-블랙홀에 빠지는가?

온라인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www.jobkorea.co.kr)와 직장인 지식포털 비즈몬(www.bizmon.com)이 지난 4월10일부터 18일까지 정규직 직장인 1,2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8년 직장인 고용안정성 만족도'조사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을 넘는 53.2%(686명)가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을 느낀다'는 결과를 <정규직 직장인 '고용불안감' 해마다 높아져>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이 보도자료는 <정규직 53.2% "현재의 고용상태에 불안감 느껴">, <40대 직장인 고용불안감 최고조> 등의 부제를 달고 있는데요.

기사원문보기: 정규직 직장인 '고용불안감' 해마다 높아져


 

프레시안은 이 내용을 받아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 왜 생겼나 했더니…>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군요.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빌어 "지난 2006년 OECD조사 결과에서도 주관적 고용불안 정도가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한국이 1위"였으며 "언제 나에게 닥칠 지 모르는 구조조정의 불안감과 미흡한 사회안전망으로 '자리가 있을 때 돈이라도 벌어놓자'는 심리가 당장 눈 앞의 실리만을 추구하는 정규직 노조의 이기주의로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사원문보기: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 왜 생겼나 했더니…



 

기사를 읽다가 문뜩 한국사회가 악순환의 블랙홀에 빠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순환의 중심고리는 욕망의 늪에 빠진 대기업-정규직으로 일컬어지는 중산층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중산층의 욕망에 대해 언급한 기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림국제대대학원 국제관계학과 최태욱 교수가 말합니다.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이번 선거는 정말 ‘욕망의 정치’가 지배한 듯하다. 전통적인 진보·개혁세력 지지층까지도 포함된 (특히 수도권의) 상당수 유권자들이 아파트값 상승과 재개발 등과 같은 개인적 이해에 매몰되어 사회적 가치나 연대 등의 요구에는 등을 돌려버렸다는 총선 결과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의 표는 부동산 가치 등을 상승시켜 자기 재산 증식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보이는 후보와 정당에게 집중됐다는 것이다.”

기사원문보기: ‘욕망의 정치’ 방조한 민주당


 

상지대 홍성태 교수도 말합니다.

“이미 노무현 정부는 5년 동안 100조 원이 넘는 막대한 개발보상금을 풀어서 지방도 개발과 투기로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많은 것을 챙길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공공연히 약속하고 있다. 그러니 이 나라가 어디로 가겠는가? 개발과 투기의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다. ”

기사원문보기: '원조'와 '짝퉁'의 '낚시 전쟁' - ‘뉴타운과 '투기 정치'


 

홍재우 비교민주주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정치’가 전면적으로 부상”했는데, “경제적 이익에 지극히 민감한 유권자 집단의 등장은 적어도 한국 정치에서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진단합니다.

또, 정치컨설팅업체 민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앞으로 정권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중론’(四中論)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세대로는 40대의 중년, 지역으로는 중부, 그리고 계층으로는 중산층(또는 중간층)을 공략할 전략이 있는 정당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압승이 당연했다. 한나라당은 이들의 욕망에 대한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뉴타운과 특수목적고(특목고)가 그 해답이었다.”고 분석합니다.

기사원문보기: 뉴타운돌이’들에게 벌써 닥친 시련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한국학 담당교수 발레리 줄레조도 한마디 거들고 나섰습니다.

내용을 요약(짜깁기)하자면,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표밭이었던 서울 강북지역을 한나라당 후보가 싹쓸이 한 점에 대해서는 일종의 계급투표 현상이 가시화한 것인데, 아파트 공급이 단지 자산소득증가를 원하는 중산층의 욕망 때문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통제된 아파트를 대량 공급함으로써 중산층의 정치적 지지를 획득하려는 권위주의 정권의 이해와도 관련이 있음을 밝히는 메커니즘으로서, '뉴타운' 계획 같은 도심재개발을 통해 기존의 낙후지역이 아파트단지로 대체되면서 중산층이 유입되고 이들이 보수정당의 지지기반이 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많다는 주장입니다.

기사원문보기: 발레리 줄레조 인터뷰


참고로, 발레리 줄레조는 작년에 <아파트공화국>이라는 저서에서 "한국에서 아파트단지는 '중간계급 제조공장'처럼 보인다"며 한국 아파트의 계급문제를 다뤘고, 한국의 아파트가 ‘귀하신 몸’이 된 이유를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권위주의 정권과 이에 부응해 땅 파서 돈을 긁어 모았던 재벌 건축사, 아파트 분양을 통해 경제적 수혜와 사회적 지위 상승을 누렸던 중산층의 ‘3자 합작’에서 찾는다는 예리한 분석을 내놨던 분입니다..



이 밖에도 한겨레의 <끈적끈적한 욕망의 투표함>이라는 총선결과 분석기사도 눈에 띕니다.

기사원문보기: 끈적끈적한 욕망의 투표함


 

결론은 대략 우리 사회에 어떤 세력이 있는데, 이 자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한편에서는 중산층의 욕망을 자극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그 지위를 불안하게 함으로써 욕망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뭐 이런거 아니겠습니까.

중산층(대기업 정규직 등)은 “나눔의 미덕 따위의 돈 안 되는 짓일랑 미련 없이 내 팽개치고, 벌 수 있을 때 악착같이 돈 긁어모아서 빨리 아파트 분양받아 재산을 뻥튀기해 놔야 내가 밟고 서 있는 저 비정규직 꼴 나지 않는다. 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서 모아도 빚을 내서라도 아파트를 사지 못하면 결국 아파트 사는 인간들에게 실질소득이 쪼옥 빨려버릴테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파트를 사라” 뭐 이런거죠.

분배구조 왜곡이니 하는 어려운 말 끌어다 쓰지 않더라도 결국 결과적으로 피 보는 사람은 비정규직, 가난한 자, 아파트 못가진 자들인 것이고요.

자, 과연 우리는 이 욕망의 악순환-블랙홀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