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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경향][기고]지방의회여, 자신부터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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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방의회여, 자신부터 돌아보라


〈하승수 제주대 법학부 교수·변호사〉

최근 지방의회들이 지방의원 의정비를 인상하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 근거는 ‘의정비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 ‘지방의원이 부지방자치단체장 정도의 대우는 받아야 한다’는 정도이다. 지방의회 의장단 협의회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의정비 인상폭을 50%가 넘는 수준에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지금이 지방의원 의정비 인상을 추진할 때인가? 사실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될 때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제 역할도 못하는 지방의원들에게 왜 유급제까지 해 주어야 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된 것은 지방의원들을 잘 대우해 주자는 취지가 아니었다. 오히려 유급제를 실시해서라도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에 몰입하고 지방자치단체 집행부에 대한 견제·감시 역할을 제대로 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급제 시행 이후에 지방의원들이 얼마나 변화한 모습을 보였는지는 의문이다. 주민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했는지, 주민의 입장에 서서 입법기능과 견제·감시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 등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기 전에 의정비 인상부터 추진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방의원의 의정비 수준을 가지고 스스로를 부지방자치단체장과 비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방의원은 선출된 주민의 대표자이다. 임명권자에 의해 임명 받는 부지방자치단체장과는 근본적으로 신분이 다른 것이다. 그런데도 스스로를 임명 받는 공무원에 비교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방의회는 지금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기보다는 스스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법제도적으로 볼 때에 우리나라의 지방의회는 그 권한과 지위가 약하다. 그래서 지방의회가 입법기능이나 집행부 견제·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 확대, 집행부 견제·감시권 강화, 지방의회 사무국 인사권 독립 등)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또한 스스로의 의정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민들이 지방자치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시민참여의 안내자’로서 겸허한 자세로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방의회 의장단 협의회도 지금 해야 할 일은 의정비 인상이 아니라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지방의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의정비 인상에 골몰한다면 ‘제 밥그릇 챙기기’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의정비를 인상하려면 그 전제로 지방의원의 영리업무 겸직도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민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원 유급제가 된 지 불과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의정비 인상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자체가 주민들에게는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방의원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의정비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 자기반성과 성찰을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일 것이다. 결국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