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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궁시렁궁시렁

저는 유권자들이 뉴타운 공약에 속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뉴타운 공약이 사기극이냐 아니냐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공방으로는 유효한 수단일 수 있으나, 문제의 본질도 핵심도 아닙니다.
물론 주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뉴타운 공약으로 사기를 쳤다는 데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사기꾼이 사기를 친다고 모두가 다 당하는 것은 아니듯 후보들이 사기를 쳤어도 유권자들이 사기를 당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저는 후보들은 사기를 쳤지만, 유권자들이 사기를 당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기를 당한척 했을 수는 있겠네요.

무슨 말이냐구요?

일단, 뉴타운사업이라는 것이 뭐냐하면...
원주민(주택소유자) 재정착율 10%대, 세입자 재정착율 확인불가 등 참혹한 결과를 보여준 길음뉴타운(물론 분양받은 다주택자들에게는 재산 뻥튀기의 절호의 챤쓰~였죠), 거주민에 의한 자율적 친환경 주거정비 및 마을만들기의 모범사례로 꼽히던 한양주택 단지를 포함해 국립공원의 녹지까지 싸그리 밀어버리고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세우고 있는 은평뉴타운 등등 ... 자연환경 때려 부수고, 원래 살던 동네 사람은 쫓아내서 지은 아파트로 강부자들 돈벌어주는 것이 뉴타운사업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작 본인이 당하기 전에는 모릅니다.
엄청난 보상을 받아 갑자기 부자가 됐다는 소문은 귀에 솔깃하게 들어오지만, 웬만한 집 가지고는 빚없이 분양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는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아파트 분양받아 몇 억씩 뻥튀기 했다는 소식을 TV, 라디오, 일간지, 인터넷, UB통신 등등 귀가 아프고 눈이 따갑도록 듣고 보는 마당에 딴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테데, "뉴타운사업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습니다~~"라고 설쳐대다가 주민들에게 몰매맞을 뻔한 활동가들이 꽤 된다죠 아마 -_-;;
재개발은 당첨이 약속된 로또라는 생각에 우려의 목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거지요.
그 동안 뉴타운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꽤 있었지만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람들이 개발이익에 대한 욕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걸었던 후보들은 이런 유권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었고,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던 겁니다.
유권자들은 뉴타운을 바랬고, 설사 후보가 시장한테 약속을 받은 일이 없었더라도, 후보로 나와 사기까지 칠 정도면 당선되고서도 수단 방법 안가리고 뉴타운 유치에 힘쓸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이 후보들은 뉴타운을 유치하려고 백방으로 뛸 인사들이니, 따지고 보면 유권자들은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 대단히 치밀한(?) 계산하에 전략적인 투표를 한 겁니다.

뉴타운 공약에 표를 준 유권자들 중 상당수는 이중적인 심리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사회적 약자를 몰아내는 개발,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을 통한 이익추구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런거 따지면서 쉽게 떼돈벌 기회를 외면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거죠.
그래서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겁니다. 입으로는 경제정의, 투명한 사회를 떠들며서도 손으로는 조용히 뉴타운 공약에 표를 찍는 거죠.

뭐 그렇다고 뉴타운 공약 안 낸 후보들이 잘했다는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뉴타운은 이러저러해서 해서는 안됩니다. 정말 소중한 것은 돈이 아니라 어쩌고저쩌고...'라고 외치면 표 떨어질까봐 그냥 입다물고 있거나 물타기식 공약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허무하시겠지만 솔직히 어찌해야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가장 쉬우면서도 무식한 소리가 '유권자들이 의식을 바꿔야합니다'겠죠.
그러나 유권자들은 절대 스스로 의식을 바꾸지 않을겁니다.
아마도 지금까지와 같이 개발이익으로 떼돈버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점잖빼던 유권자들마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할 겁니다.
이번엔 후보들이 뉴타운 공약으로 사기를 쳤지만, 다음엔 유권자들이 후보에게 뉴타운 공약을 요구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압박하는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주택이나 토지개발을 통한 이익추구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자는 원칙론은 순진한 이상주의자의 헛소리로 취급받을 것이 뻔하고....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제 글을 읽고 계신 분이 뉴타운으로 떼 돈 벌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차라리 순진한 이상주의자의 헛소리에 기대를 거시는게 더 유익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절대로 귀에 솔깃한 얘기는 아닙니다만,
누군가 한 사람 뉴타운으로 떼돈을 벌면 그 동네 살다 쫓겨나는 몇 십명의 사람들이 더욱 처참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떼돈 앞에서 전혀 신경쓰시지 않겠지만....-_-;;

오늘은 여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