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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장수마을(삼선4구역) 이야기

장수마을(삼선4구역) 대안개발계획 최근 추진 경과

대안개발계획 관련 소식을 장수마을(삼선4구역) 블로그(http://samsun4.tistory.com/)에 올리고 있습니다만,
아직 활성화되지 않아서 아직도 제 개인 블로그로 찾아오시는 분이 더 많네요.
그래서 당분간은 양쪽으로 같은 내용을 올려야겠네요.
이젠 제 블로그도 나름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텐데 말입니다. ... 에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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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진 상황에 대한 경과를 보고드립니다.

보고에 앞서서 먼저 최근의 몇 가지 중요한 흐름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동안 과도한 재개발사업의 추진으로 아파트 경기 거품 붕괴의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자 루비니도 “한국은 앞으로 아파트가 복마전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를 했다죠.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아파트 거품 붕괴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곳곳에서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도권, 신도시 등 그 동안 투자처로 각광받던 곳에서도 이제는 미분양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자주 접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어 놓은 아파트도 안팔리는 현상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업체나 일부 언론에서는 실제로는 거래가 없는 단지에 대해서도 호가 위주로 아파트값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국토부에 신고되는 실거래가는 이런 호가와는 30~40%의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뻥튀기로 보도를 하고 있지만 실제 시장은 썰렁하다는 것이죠.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우리 국민들의 개인 빚이 819조원에 이르고, 소득은 2만600달러에서 1만5천달러로 감소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금융부채 대비 가처분소득 1.4배에 이르는데, 연소득보다 빚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구매력이 없다는 이야기죠.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업체 PF 우발채무 위험 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36개 건설사의 우발채무 잔액 46조원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우발채무가 2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건설사들의 유동성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지요. 지금 건설사들은 가지고 있는 물량도 못팔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을 벌일 형편이 못됩니다.

이런 일들은 앞으로 아파트 위주 주택경기의 거품 붕괴가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입니다. 이미 건설되었거나 추진 중인 물량은 많은데, 실수요자들은 구매력이 없고, 건설사들은 부실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폭탄돌리기가 시작되었고, 눈치빠른 사람들은 이미 부동산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이런 큰 흐름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집은 거의 전 재산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재개발로 재미를 봤다거나 투자에는 아파트가 최고라거나 하는 막연한 소문이나 철지난 유혹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1973년 주택재개발구역이 처음 지정된 이후 서울, 수도권 위주로 많은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업 완료율은 평균 41~43%로 추진율이 저조하며, 여러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재개발사업을 통해 양질의 주택과 인프라가 제공되었으나, 그 시설들은 그 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기여를 하지 못했습니다. 어마어마한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다른 곳을 떠나기도 하고, 조합의 비리와 갈등으로 인해 정든 이웃과도 원수가 되기도 했습니다. 거주민을 위한, 거주민에 의한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안개발계획도 이런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주민여러분의 기대에 비해 속시원한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서 답답하실테지만, 사업성이 좋은 지역에서의 재개발사업도 실제로 사업이 결정되고 추진되기까지는 빨라도 4~5년의 시간이 소요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가지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작년에 대안개발연구모임과 주민협의회는 마을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세 가지 방안을 검토 했었고, 연말 전문가 토론회와 연초 주민설명회를 거쳐 내용을 종합하여 하나의 안으로 압축하였습니다.

우리마을의 대안으로 선택한 내용은 주거환경개선사업(거점확산형)과 경관협정의 개념을 결합한 “살기좋은 마을만들기”사업입니다. 기반시설과 공동이용시설에 대해 공공의 지원을 받고, 건축물개량은 경관협정을 통해 공공의 지원을 일부 받으면서 주민자력으로 개선하자는 내용입니다. 일거에 전면적으로 바뀌는 방식이 아니라, 당장의 시급한 불편함부터 하나하나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마을가꾸기 방식입니다. 능력이 되는 사람은 경관협정을 지키며 새로 짓거나 개축을 할 수 있고, 소득이 낮은 주민도 형편에 맞게 조금씩 고쳐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소박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넘어야 할 난관이 매우 많습니다.

1월 10일 주민설명회에서 이런 내용을 확정하고, 보고서와 제안서로 정리해서 서울시를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제안에 대한 서울시와 성북구 담당자의 검토 내용은 우리 마을이 안고 있는 난관을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무허가 건물에 기반시설 및 주택개량 지원비 투자가 곤란하다는 점, 국공유지에 기존무허가주택 점유로 사업시행이 곤란하다는 점, 국공유지 점유에 대한 변상금 미납 및 거주민이 대부분 저소득층으로 자력개발이 곤란하다는 점, 거점개발부지가 협소하고 용적률 제약이 있어 공공에서 추진하여도 사업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현지개량방식 도입시 국공유지 불하 및 변상금 납부에 따른 주민부담이 가중된다는 점, 현지개량지역의 무허가 건축물의 경우 수선이 아닌 전면 재건축이 필요하나 재건축시 주민 및 세입자 이주가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마을은 제도권 밖에 있어서 공공의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면 제도권 밖에 있는 우리마을에 공공이 지원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서 우리의 내용을 제시하면서 서울시를 설득해야 합니다.

우리가 서울시에 강조하고 있는 내용은 서울성곽과 연계한 관광코스 개발이 가능하도록 주민 스스로 골목길과 주택경관을 개선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서울성곽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여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하려고 하며, 주민 스스로 역사문화의 흔적과 경관을 가꾸는 일에 많은 관심과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기존의 재개발사업으로 주택이 급속하게 아파트로 바뀌면서 주택과 주거의 다양성 확보가 새로운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 점에서 우리 마을은 상당한 가치와 매력이 잠재돼 있습니다.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키자는 것입니다. 서울시도 이런 점에 대해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주거환경 개선과 경관관리에 대한 우리 주민들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서울시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주민협의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거저 주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주민들의 합의와 지지 속에서 대표자들이 서울시와 협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