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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궁시렁궁시렁

다시 찾은 태안 오염현장 기름투성이 바위틈에 아직도 숨쉬는 생명이 있었다. 그리고 삼성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

다시 찾은 태안 구름포해수욕장... 기름유출 해양오염 피해현장
구름포해수욕장은 십리포해수욕장 근처의 아주 조그만 해수욕장이다.
지난 13일 피해복구 자원활동 후 2주만에 다시 찾았다.
27일 새벽5시 조금 넘어 집을 나서 문래동에서 새벽6시30분경 버스로 출발 -> 구름포해수욕장에는 8시30분을 조금 넘겨 도착했다.

이번 사진들도 지난번 처럼 똑딱이 디카를 랩으로 꽁꽁 싸서 방제작업 틈틈이 찍은거라 사진상태가 좀 구릴 수 있으니 이 점 이해하시길...
어차피 디에쎄랄로 찍었더라도 기름때로 찌든 해변모습은 거기서 거기일거라 사료되지만 말이다...

백사장은 외관은 깨끗하게 치워져 원래의 모습을 찾은듯 했다. 지금은 방제작업도 주로 절벽해안이나 갯바위쪽에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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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업은 자원봉사자들이 쓰고 버린 방제복들을 엮어서 바닷물에 띄울 오일펜스를 만드는 일이다.
물위에 뜬 기름 걷어내는데는 방제복이나 비옷이 왔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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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들이 닦고 또 닦았겠지만 밀물이 들어왔다 나가면 여기저기 숨어있는 기름들이 떠올라오기 때문에 돌무더기들이 아직도 이 모양이다. 손으로 찍어보면 자장면 춘장 찍어내듯 찐득한 기름이 묻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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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비에서 나온 폐유를 쏟아부어놓은 듯한 바위를 함 닦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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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때깔에는 못 미치겠지만 그런대로 돌 때깔이 드러난다. 이대로 조금 더 두면 바위가 기름땀을 흘린다. 바위 표면의 미세한 구멍이나 틈에 찌들어 있던 기름이 녹아 스며나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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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들은 사장이나 회사 임원들인거 같은데 벌써 한시간째 이 바위에 붙어서 사진만 찍고 있다. 사장님들 하는 짓들이 다 그렇지 뭐 ㅋㅋ. 사보에 실을 사진일텐데 사진기사를 둘 씩이나 붙여서 뭐하는 짓인가 모르겠다. 하여간 피해복구 현장에서 디에쒜랄 따위의 고급카메라 들고다니는 인간들은 전혀 도움안된다. 비싼 카메라에 기름때 묻을까봐 카메라만 꼭 껴안고 돌아다닐뿐 발끝으로라도 걸레질 한 번 안한다. 작업중에 사진도 찍고 싶으면 나처럼 똑딱이 디카 랩으로 싸와라. 기름범벅인 고무장갑 끼고 찍어도 기계는 멀쩡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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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살아있다. 이것이 소라새낀지 고둥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암튼 살아서 움직인다. 이런 기름투성이 바위에서 어떻게 살아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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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 말미잘도 살아있다. 기름 닦을려고 바위를 들추는데 말미잘이 화들짝 펼쳤던 촉수를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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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바위 밑을 들여다보니 촉수를 펼친 말미잘이 세마리나 있다. 기름투성이 바위틈에서 용케도 살아남았다. 제법 건강한 편인지 작대기로 촉수를 살짝 건드리니 나름 힘껏 땡기기까지 한다. 얼른 주변에 있는 기름을 닦아줬다. 이넘들이 끝까지 살아남기를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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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고 다시 작업을 하러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방제작업을 위해 갯바위로 진입하는 길을 임시로 뚫은거다. 오염사고만 없었다면 멀쩡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베어버리고 방제 끝나면 쓰지 않을 이 길을 낼 필요도 없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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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개니미" ....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선 삼성에 대한 분노가 대단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는 유조선 때려박은 삼성중공업에 책임이 크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분명한 일인데, 사고난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자원봉사자 수십만이 피해복구에 나선 마당에 언론에는 삼성중공업의 삼 짜도 안나오니 이런 해괘한 일이 또 있을까? 비자금, 언론장학금의 막강 파워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주민들 역시 "삼성과 정부는 왜 말이 없는가?"라는 현수막을 붙이는 등 사고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한마디 안하는 삼성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삼성을 응징하기 위한 뭔가 행동을 하긴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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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기름을 제거한 것 같아도 모래땅을 파거나 돌맹이를 들춰보면 지층처럼 두텁게 쌓인 기름층이 드러난다. 완전 급좌절이다. 해도해도 끝이 안 날것 같은 기름제거작업...무기력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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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땅에 박힌 돌맹이를 뽑아서 뒤집어보면 보통 이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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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가 넘어가자 밀물이 들어와서 방제작업을 마무리해야 했다. 마지막 작업은 바닷물을 퍼 날라서 기름범벅이 된 모래와 잔돌을 씼는 일이다. 기름이 물에 씻겨나오면 헌옷가지들로 기름기를 걷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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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마친 해변에 밀물이 들어왔다. 그러나 모래속이나 바위틈 곳곳에 스며있던 기름이 물에 떠오른다. 내일은 또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이 기름을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자연의 자기정화능력에 맡겨도 될 정도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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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언론은 방제작업이 거의 다된 것처럼 떠들기도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본 느낌은 적어도 이 번 겨울 내내 닦고 또 닦아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손길이 잘 미치는 않는 외진 곳이나 섬 지역은 아직 손도 못댄 곳이 많을텐데...암튼 이놈의 정부는 뭐든 문제를 감추는쪽으로만 능력개발이 된 선수들이이다.
나는 1월에도 다시 사람들 모아서 자원활동을 갈란다. 1월에 갈 땐 삼성 앞에서 일인시위라도 하고 가든지, 태안의 기름을 떠다가 삼성 앞에다 뿌리든지 뭔가 항의표시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