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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주)동네목수의 장수마을 집수리 이야기

주변 숙제가 많이 남아 있는 295-7번지

295-7번지는 2012년~2013년 사이에 세입자가 살기 힘들어 이사를 나가고 빈집으로 있었다.

집주인은 안산인가 광명인가에 살고 계신 신*희 할머니다.

신*희 할머니가 상담을 하러 나를 찾아오실 때면 삼선동에 거주하신다는 친구분과 꼭 같이 오셨다.

친구분은 신*희 할머니를 언니라고 불렀다.

신*희 할머니는 어떤 날은 검은 비닐봉지에 생닭을 싸가지고 와서 나를 주기도 했다.

나는 계속 밖으로 다니며 일을 봐야 하는데 난감했던 기억이..

 

2012년 가을엔가 태풍에 대비해 유리창을 테이프로 붙이는 것이 유행했는데,

295-7번지 유리창에도 테이프가 붙여져 있는 걸 보면 세입자가 2012년 가을까지는 거주했던 것 같다.

신*희 할머니는 세입자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나가버렸다고 불만이 많으셨다.

집을 살펴보니 화장실은 정화조가 없는 재래식이고, 지붕은 새고 있었다.

세입자의 관리 부실이든 아니면 세입자도 어쩔 수가 없어서 나갔든 집은 엉망이었다.

신*희 할머니는 집을 처분하고 싶었으나 변상금(토지사용료)이 이미 8천만원이 넘게 체납된 상태라 처분하려면 오히려 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매매를 중재할만한 상황이 안되니 차라리 고쳐서 월세를 놓으시라고 조언을 했고, 집수리 지원신청을 하게 되었다.

 

집수리를 하기 전 295-7번지 외부

 

 

집수리를 하기 전 295-7번지 내부

 

신*희 할머니는 집이 넓은 편이니 집을 쪼개서 2~3 가구로 세를 놓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를 해서 본채와 문간방을 구분하여 리모델링을 했다.

마당에 정화조를 묻기 위해 마당의 암반을 깨야 했고 만만치 않은 공사가 되었다.

지붕틀과 기와는 전부 교체하기에는 공사비가 부족해서 누수부분 위주로 보강을 하고 페인트칠로 마감하였다.

 

 

295-7번지 리모델링 과정..

 

 

리모델링 후 295-7번지 내부 모습

 

리모델링 후 295-7번지 외부 모습

 

2014년 초여름에 공사를 끝냈는데, 신*희 할머니가 공사비 잔금을 준비를 못했다고 어쩌면 좋냐고 그런다.

공사가 끝나면 세입자를 바로 구해서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는데, 자기가 멀리서 왔다갔다 하기가 어려우니 나보고 세입자를 구해 달란다.

어이가 없었지만 세를 얻으려는 몇몇분에게 집을 보여줬다가 이래저래 조건이 맞지 않아서 성사가 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못받은 공사비를 보증금으로 해서 동네목수가 신*희 할머니와 월세계약을 하고 순환임대주택으로 쓰기로 했다.

신*희 할머니는 동네목수가 쓰면 관리도 잘 될거라며 좋아했다.

마침 근처의 295-10번지 공사를 곧 시작하게 되어 그곳에 거주하던 박**씨가 295-7번지에서 임시로 거주하게 되었다.

 

박**씨가 295-7번지에 거주하던 어느날 295-5번지 김*수씨가 찾아왔다.

박**씨네 공사가 끝나면 295-7번지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김*수씨를 295-5번지의 주인으로 알고 있었기에 어찌된 상황인지를 물었다.

김*수씨는 한때 재개발 추진위(?) 활동을 주도했는데 잘 안돼서 집을 팔았고, 그 집에서 계속 살고 있었던 거란다.

그러다 최근에 집주인과도 사이가 틀어져서 급하게 이사를 하려고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마침 295-7번지가 공사중이어서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다.

나는 집주인 신*희 할머니한테 김*수씨의 사정을 얘기하고 월세계약을 김*수씨에게 넘겼다.

 

김*수씨가 295-7번지로 이사를 가고 나서 이번에는 295-5번지 집주인 박*술씨가 찾아왔다.

자기 집이 비었는데 동네목수가 매입을 하든지 월세로 써달라고 했다.

그래서 295-7번지에서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295-5번지를 월세계약을 하고, 295-5번지를 순환임대주택 겸 동네목수 사무실로 쓰다가 얼마전 직원 숙소로 바궜다.

 

장수마을 집수리 얘기를 하다보면 어째 자꾸 주변 집들 이야기로 빠지게 된다.

관계가 얽히고 섥혀서 그런가보다.

 

아무튼 삼천포로 빠지는 얘기를 한번 더 하자면,

김*수씨는 295-7번지로 이사를 가고 나서 옆집, 뒷집의 하수관 문제로 이웃들과 다툼이 잦고 동네목수를 걸고 넘어지기도 한다.

아직 고쳐지지 않은 윗집과 옆집에서 내려오는 하수관이 말썽인데, 그 집은 또 그 집대로 세입자가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서 손을 못보고 있는 상태다.

김*수씨는 괜히 동네목수가 동네일을 해결을 해줘야지 뭐하고 있냐며 어거지를 부려서 나를 몇 번이나 열받게 했다.

295-7번지를 가운데 두고 빙 둘러서 있는 집들이 거의 다 집주인이 연락이 잘 안되는 경우라서 집수리를 안하고 있다.

윗집 지붕에서 떨어지는 낙하물에 지붕이 상하기도 하고, 윗쪽에서 내려오는 공용하수관이 터져서 옆으로 오물이 새기도 한다.

김*수씨가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구청에서는 공용하수관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서 수리를 할 수 없다며 오히려 동네목수가 어찌 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을 한다.

295-7번지 주변 집들이 하나씩 수리를 하는 과정에서 하수관이나 이웃간 분쟁의 소지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장수마을의 물리적 정비의 다음단계 미션인 셈이다.

 

오늘 얘기는 여기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