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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주)동네목수의 장수마을 집수리 이야기

빈집프로젝트의 출발지 295-18번지...(1)

295-18번지..

장수마을 빈집프로젝트 중에는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케이스다.

 

2008년 9월 23일에 찍은 295-18번지 사진이다. 

295-18번지 한 필지에 세 집이 들어서 있다.

정면에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과 그 너머로 보이는 지붕, 외쪽에 감나무로 가려진 지붕이 각각 다른 집이다.

왼쪽은 정종수씨 가족이 살고 있고, 오른쪽 앞뒤 두 집은 빈집이다.

사진 오른쪽 상단에 난간과 가림막이 보이는데, 당시에 한양도성 산책로 조성을 위해 성곽 부근의 집들을 철거하는 중이었다.

한양도성 산책로 조성은 2009년 가을쯤에 완공된다.

 

가림막을 들추고 들여다 본 한양도성 산책로 공사 현장 모습이다.

 

산책로가 조성되기 전 장수마을 전경사진이다.

이때가 2008년 7월 22일쯤인데, 집들이 성곽에 바로 붙어 있다.

295-18번지는 사진에서 오른쪽 상단에 있다.

 

2010년 3월 6일 작은미술관 공사를 시작하는 모습이다.

왼쪽에 모자를 쓰고 있는 분이 작은미술관을 기획한 공공미술가 김지혜씨다.

 

당시 이 집의 주인은 중랑에서 콩이나 깨같은 농산물 유통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재개발 분양권을 받기 위해 이 집을 5천만원인가 주고 샀으며, 293-8번지도 같은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두 집 모두 부인 명의로 되어 있었다.

집주인은 우리와 접촉하면서 재개발에 대한 미련을 점점 버리게 되었고, 우리가 마을 공판장으로 운영 구상을 얘기했더니 동업을 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자신이 유통하는 농산물을 저렴하게 제공하겠다고 해서, 나는 중랑에 있는 가게에까지 두어번 찾아가서 의견을 나눴었다.

 

이런 과정에서 우선 실험적으로 작은미술관을 운영해보겠다고 제안을 해서 동의를 얻었다.

이때만 해도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건축관련한 문제가 어떤식으로 전개될 지 알 수가 없어서 건물 자체는 건드리지 않고 빈터에다 임시로 덧붙이는 가건물을 세우기로 했다.

 

공공미술가 김지혜씨가 구상한 작은미술관 스케치다.

 

 

집 내부는 대강 이런 상태였다.

옷장이 무너져 내리는 천정을 겨우 떠받치고 있었다.

 

자투리 건축을 컨셉으로 잡았는데 농담으로 기레빠시 건축이라고 불렀다.

다른 곳에 썼거나 쓰다가 남은 자투리 재료를 모아서 만들고, 나중에 해체할 때도 이 재료들을 다른 곳에 재활용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목수들이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작업을 타카(못총)로 하는 바람에 목재를 재사용하기가 어려웠다.

작은미술관을 설치하느라 뜯었던 창문을 다시 막는 용도로는 재활용을 하기는 했다.

 

완성된 작은미술관의 모습이다.

이름에 번지를 포함하기로 했는데 '작은미술관 295-18'은 너무 복잡해서 번지 뒤쪽은 생략하고 '작은미술관 295'로 지었다.

 

동네에서는 뭘 하든 했으면 했다고 티를 내고 잔치도 하고 그러는게 미덕이다~ ㅋㅋ

 

작은미술관 295는 2010년 4월부터 12월까지 약 8개월동안 전시도 하고, 어린이 미술교실도 진행했다.

 

12월에 작은미술관을 철거하고 원래 상태로 되돌렸다.

원래 모습과 달라진 점은 뜯어낸 문짝과 창문이 작은미술관을 장식했던 줄무니천막으로 바뀐 정도다.

작은미술관이 없어지는 걸 어르신들이 많이 아쉬워했는데, 칙칙한 동네에 알록달록한게 있어서 그나마 밝아보이고 좋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가건물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으면 집주인에게 어떤 법적인 피해를 줄지도 모르고,

누군가 상주하는 사람이 없이 공간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철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작은미술관을 준비하고 진행하던 이야기가 장수마을 블러그에 실려있네요.

'작은 미술관 295' 개관 준비중입니다. : http://samsun4.tistory.com/31 :

장수마을(삼선4구역) 작은미술관295 오픈했어요. ^^ : http://samsun4.tistory.com/35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고,

마을공판장을 구상하던 일, 집주인이 바뀌고 리모델링을 진행한 이야기는 다음편에 쓰겠다.

막상 쓰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계속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아무튼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