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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주)동네목수의 장수마을 집수리 이야기

빈집프로젝트의 출발지 295-18번지.. (2)

295-18번지에 대해서는 2009년부터 대안개발연구모임에서 여러차례 논의를 진행했었다.

재개발 예정구역으로 묶인 마을에서 방치된 빈집이기도 하고,

주민들의 왕래가 많은 골목의 눈에 띄는 위치기도 하여 장수마을 재생의 방향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로 여겼다.

5평 남짓한 작은 크기에 부담없이 건드려볼 수 있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나중에는 이것이 참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2009년에 구가도시건축연구소에서 작업한 장수마을 골목지도의 295-18번지 부분이다.

가운데 나무를 기준으로 왼쪽의 직사각 평면도(투시도)가 2010년에 작은미술관을 운영한 집이고, 바로 아래집과 오른쪽 아래에 있는 집까지 3채가 소유주는 모두 다르지만 번지는 다 같이 295-18번지다.

장수마을에는 이렇게 한 필지 위에 2~3집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구가도시건축에서 작업한 평면도

 

구가도시건축에서 작업한 입면도

그림으로는 참 이뻐보인다.

하지만 다 알다시피 실물은 ..

이랬다.

집 앞에 줄줄이 놓여 있는 고무통 화분은 옆집에서 빈집에 누가 출입하는 것을 막는 용도로 조성한 텃밭이다.

 

장수마을(삼선4구역) 대안개발연구모임은 이 집을 마을사랑방이나 공판장으로 리모델링할 구상을 하고 있었다. 

당시에 구가도시건축의 이창규씨가 그렸던 설계도면은 내 노트북에서는 파일을 찾지 못했다.

언젠가 도둑맞은 넷북에 들어있는 파일을 옮기지 않았나보다.

구가건축에는 자료가 남아있을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집주인과도 우리의 구상을 의논했고, 구체적인 동업(?)조건에 대해 의견을 좁혀갔다.

 

2010년 작은미술관 운영, 2011년에 마을기업 동네목수를 창업, 2012년 장수마을 역사문화보존정비 종합계획에 마을공판장 구상 반영, 2013년 재개발예정구역 해제와 재생사업(주거환경관리사업)으로 전환하여 집수리 지원사업을 시작하는 등 여건이 무르익어갔다.

그런데 2014년 초에 갑자기 집주인이 세상을 떴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집을 놓고 그 동안 구상해왔던 것들이 한 순간 물거품이 되었다.

 

2014년 가을쯤 어떤 부부가 이 집을 샀다며 집수리 의뢰를 하러 찾아왔다.

흉물스럽게 방치된 집을 고쳐서 쓰겠다는 얘기는 무조건 반가웠다.

 

본격적인 공사는 집수리지원을 받아서 진행하기로 하고, 그 사이에 가능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2015년 상반기가 다 지나가도록 집수리지원 결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어정쩡하게 대기하는 기간이 반년이 넘어갔다.

새로운 집주인 부부는 거의 주말마다 동네목수 카페로 찾아와서 도면을 그려가며 자신의 희망사항을 설명하거나, 폐기물을 조금씩 실어날랐다.

 

 

 

집주인의 희망사항과 장수마을의 집수리 가이드라인에 상당한 격차가 있었으나 많은 부분을 수용하여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2014년에는 이랬던 집이

  

지금은 이렇게 변했다.

 

새로운 집주인은 조만간 이 집의 변화과정을 전시하는 오픈하우스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은 오픈하우스를 진행한 후에 연재할 생각이다. 일단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