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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주)동네목수의 장수마을 집수리 이야기

다른 295-18번지

295-18번지 다른 집? 뒷집? 두번째 집? 명칭을 뭐로 해야할 지 모르겠다.

작은미술관 295를 설치했던 295-18번지 집의 바로 뒷집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앞에 소개한 집과 같은 번지에 있으니까 이어서 소개한다.

 

사진에서 가운데 지붕만 보이는 집이다.

에어컨 실외기가 있고, 태극기가 걸려있다.

2014년 초에 집수리를 마치고,
어떤 아저씨가 세들어 왔는데 어떤 날 갑자기 붉은 깃발이 나부끼더니 불경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지금은 붉은 깃발 대신 태극기가 걸려있는데, 아마도 하얀색 난간 뒤로 보이는 집에 거주하시는 송씨 할머니의 잔소리 때문일거다.

 

아무튼 이 집은 투자자의 손을 타지 않고, 예전에 여기서 살았던 분의 소유로 남아 있다.

이집의 원래 소유주인 서씨 아저씨를 나는 만난 적이 없다.

내가 장수마을에 관여하기 몇 해 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2013년에 서씨의 아들이 나에게 연락을 해서 이 집을 넘기겠다고 해서 서로 조건을 합의했었다.

나의 계획은 앞집과 합쳐서 공동작업장과 공판장을 만드는 것이었다.

앞의 집도 5평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고, 이 집도 비슷한 크기라 두 개를 합쳐야 쓸모가 있을 것 같았다.

앞 뒷집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뒷집은 작업장으로, 앞의 집은 매장으로 하면 쓸만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전라도 장흥에 살고 있는 서씨 아저씨의 부인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젊은 시절을 보내며 가족을 일군 집이라서 남에게 넘기고 싶지 않단다.

그래서 차라리 고쳐서 월세라도 놓으시라고 권해드리고, 집수리 계약을 했다.

 

앞선 글에서는 충분히 설명을 못했지만, 마을공판장 계획이 무산된데는 이 집을 매입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2013년까지 이런 상태로 있었다.

길에서 난간 사이로 내려서야 대문이 있다.

 

서씨 아저씨가 돌아가신 후에 가족들은 살림살이를 거의 그대로 둔 채 이사를 갔다고 한다.

나는 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님이 장수마을에 마을박물관을 만들자고 할 때,
거창한 박물관은 하지 말고 차라리 이런 집을 전시용으로 보존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직원들의 반응을 살피니 서울역사박물관이 만지기에는 너무 황당하게 작은 것 같았다.

 

2013년 말에 집수리 계약을 하고, 2014년 초부터 봄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2013년 말에 집수리 지원대상 10여곳을 한꺼번에 결정하는 바람에 2014년까지 이집저집 공사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치기 전에는 방이 2개, 재래식 부엌이 하나, 축대밑으로 지붕을 가리고 만든 창고가 하나, 작은 마당이 하나 있었다.

전기도 끊긴지 오래돼서 새로 설치했고, 수도와 도시가스도 새로 설치했다.

화장실은 축대 밑 창고자리를 파내서 만들었고, 정화조는 마당에 겨우 자리를 만들고 묻었다.

 

 

축대 밑 창고를 화장실로 만들었다.

 

방 2개는 방과 주방겸 거실로 만들었다. 

 

 

부엌은 반을 나눠서 보일러과 안방 한켠으로 통하는 작은 옷방을 만들었다.

 

 

지붕은 석면슬레이트 폐기 지원을 받아서 강판지붕으로 변했다.

 

지금은 앞집도 고쳐졌고, 살고 있는 분의 성향에 따라 전혀 새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마을은 이렇게 변해가는 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