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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나들이

개발의 파도 앞에서도 소박하게 공동체를 가꿔가는 인천 배다리마을과 '퍼포먼스 반지하'

9월 15일 공간환경학회, 환경정의 토지정의센터 분들과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우각리)을 방문했다.
배다리마을은 2007년 마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 건설이 추진되다 주민들의 저항으로 유보되었고, 
지금은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나 마을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이 마을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배다리마을에는 '공존을 위한 공공문화 표현집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퍼포먼스 반지하]라는 단체가 있다.
일명 '반지하'라 불린다.

'반지하'가 2007년 이곳 배다리로 옮겨오기 전에는 송림동에서 나름 꽤 공을 들여 지역활동을 펼치며 주민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송림동이 재개발되면서 주민공동체가 사라지고, 반지하의 지역내 활동기반과 네트워크도 공중분해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배다리마을에서 진행하는 반지하의 활동에는 '기억'과 '새로움'을 화두로 하여 사라질지도 모르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 기록하려는 노력이 짙게 배어있다.
지역역사와 기록사진을 수집하고, 지역민의 지역생활사진을 수집하고, 주거와 가족을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과 공공미술을 덧씌웠다.
반지하는 이곳 배다리에서 말 그대로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은 반지하가 2007년 이곳 배다리에서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제목이다.

퍼포먼스 반지하 홈페이지: http://vanziha.net/

인천창영초등학교 앞 퍼포먼스 반지하가 자리잡고 있는 공간(사무실?)이다.
컨테이너 판넬을 이용해 지은 건물인데, 필요에 따라 조금씩 고치고 덧붙이며 변신해가는 공간이란다.

오른쪽 편 공간 내부는 카페로 꾸며져 있어서 차도 마시고, 간단한 모임도 할 수 있다.
주민들도 오며가며 아무나 들어와서 차 한잔씩 마시고 간단다.

차는 셀프고, 차 값은 자율인데, 내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려운 살림에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반지하가 계속 활동하기를 바란다면 최소한의 성의를 담아주면 좋겠다.

왼쪽 편 공간은 교육장 겸 사무실이다.
앞쪽 창에는 교육프로그램과 일정 따위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주요 행사 일정을 알리는 목판 게시판도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한쪽은 교육장으로 꾸며져 있다.
테이블, 의자, 스크린, 화이트보드... 있을건 다 있다.

교육장 오른편으로는 사무공간이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작은도서관에 가깝다.

반지하 사무실 왼편으로는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방이 있다.
마침 쉬는 날이라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ㅜㅠ;

배다리 마을을 한바퀴 둘러보러 나왔다.
반지하 사무실 바로 앞 주차장 한켠에 작은 쉼터가 있다.
썰렁한 공터에 작은 쉼터를 만든 것인데, 반지하가 배다리마을에 와서 작업한 첫 작품이란다.

작은 쉼터 건너편 건물 벽에는 진짜 창문과 나란히 있는 작은 벽화가 있다.
얼핏보면 그냥 창문이 세 개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집 옆 텃밭에 심은 호박넝쿨이 지붕을 덮었다.
이 보다 더 좋은 여름철 지붕단열재가 또 있을까... ^^

쓰레기가 잔뜩 버려져 있던 공터도 화초와 의자가 있는 작은 쉼터로 바꿨다.

마을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건물마다 작업한 시기도 다르고, 주제나 재료 등 접근방법도 다른 것 같다.

이제 몇 안남은 헌책방 중 한 곳인데, 골목길을 사진으로 돌아보는 전시회를 안내하고 있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시간을 낼 수가 없네...쩝..

"함께 산다는 건 옛날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함께 나누어가는 거란다.."
나도 이 마을이 좋고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