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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이야기

색맹으로 산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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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 칫솔에 고무줄을 감아놓은 이유가 초록색 칫솔과 구분하기 위해서라면 좀 황당하신가요?
그러나 사실입니다.
적록생맹인 제게는 두 칫솔의 색이 거의 비슷하답니다.
저는 서로 구별하기 위해 고무줄을 감았는데, 마누라가 서로 완전 다른 색인데 왜 고무줄을 감았냐고 해서 서로 다른 색인가보다 했지, 사실 둘 다 같은 분홍색인 줄 알았답니다.
간혹 서로 달라보이기도 하지만, 거의 구별할 수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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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신호등은 적색과 황색이 동시에 켜져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저도 약간 구별이 가능하지만, 평소 신호등을 직접 볼 때는 적색과 황색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색맹인 저에게는 불빛으로 보는 색과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색도 서로 다르게 보이는것 같습니다.

운전은 어케 하냐구요?
불빛으로 보는 녹색 신호등은 적색 신호등과는 또 다르게 보이거든요. ^^
물론 녹색 신호등이 녹색으로 보이는 건 아닙니다. 밝은 흰색이나 회색으로 보이죠.

어쨌거나 적색과는 확연히 구별되고, 신호등의 위치도 적색은 왼쪽, 녹색은 오른쪽, 황색은 가운데이니,교통의 흐름과 함께 신호등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정상 운전자보다 오히려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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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는 앞차의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 깜빡이가 동시에 켜진 모습입니다.
사진으로 보니 좀 달라보이기도 합니다만, 실물을 볼 때 저는 둘 다 비슷한 색으로 보입니다.
미등, 브레이크등, 방향지시등을 색깔로는 거의 구별할 수 없습니다.

물론 저는 등 색깔에는 신경쓰지 않고 도로 흐름과 앞차와의 간격 등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고 대응하므로 설사 앞차가 브레이크등이 고장났어도 방어운전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굳이 긍정적인 해석을 하자면, 색맹이라는 단점을 대신하여 단순한 신호에만 의존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고 훈련한 셈인거죠.

좀 더 억지스럽게 썰을 풀자면, 가을 단품의 묘미를 느끼지 못하는 대신 무채색의 형태미에 더 민감하다든가 현란한 색에 현혹되지 않고 더 깊은 곳을 응시할 수 있다든가 ...

뭔가 남들보다 빠지는 구석이 있으면 다른 측면에서는 또다른 뭔가로 상쇄하기도 하고, 손해보는게 있으면 그만큼 다른 기회를 갖기도 하고, 뭐 그런게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오늘도 웃으면서 하루를 넘겨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