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 도시재생

[웹진]진보복덕방 7호 읽을꺼리 - 소심한 세입자의 더듬더듬 권리찾기

샛길 2007. 11. 27. 19:54
[진보복덕방]은 주거권기획팀이 발행하는 웹진인데, 주거권기획팀이 뭐냐하면 민주노동당서울시당, 인권운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문화연대, 도시연구소 등의 활동가들이 모여 주거권운동의 새로운 전형을 모색하는 팀이다.
최근엔 이런저런 일정이 겹쳐 모임에 거의 나가지 못했는데, 벌써 7호까지 발행이 된 걸 보니 팀이 아직 안깨지고 잘 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ㅋㅋㅋ ^^;;

소박하게 운영되는 웹진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읽고, 공부할 꺼리가 꽤 많다.
특히 [소심한 세입자의 더듬더듬 권리찾기]는 전세나 월세를 구하는 이들이 참고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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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세입자의 더듬더듬 권리 찾기③

보증금 확보를 위한 고민들

여미숙


이제 슬슬 집을 구해보자. 나를 비롯한 지인들은 주로 교차로 등 지역정보지에서 집을 구한다. 먼저 이사 갈 동네를 정한 뒤 퇴근길이나 주말에 직접 그 지역에 들러 동네를 구경하면서 정보지도 가져온다. 동네를 구경하다 보면 집의 위치, 가격, 장점 등을 직접 써 전봇대에 붙인 아날로그 집 광고지도 더러 볼 수 있는데, 복비도 광고비도 물지 않으려는 세입자들의 ‘초절약’ 태도라 할 수 있겠다. 요즘은 부동산 전문 사이트가 많아 그곳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사이트에서 여러 지역의 집값을 대충 알아본 뒤 이사 갈 곳을 정하면 좋을 듯하다.

복잡한 집은 중개소 이용하기

급하게 집을 구하거나 계약 절차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면 부동산중개소를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복비를 내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만 아니라면 중개소는 새 집을 얻기까지 법적인 절차(가압류, 저당권, 근저당권 등이 설정돼 있는지)를 알아서 척척 처리해준다. 특히 가압류․저당권 등이 설정된, 등기부등본이 복잡한 집이라면 중개소를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나중에 그 집에 문제가 생기면 중개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제3장 30조에 따르면 “중개업자는 중개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거래 당사자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중개소를 끼고 집을 구하는 사람이 아직까지 내 주위에선 드물다. 이사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보증금의 0.5퍼센트나 되는 복비를 지불하는 게 아깝고 부담스러워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부동산중개소에선 저가의 전셋집을 잘 취급하지 않는다.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 따르면 주택의 경우 5천만 원 미만일 경우 0.5퍼센트(그렇더라도 20만 원은 넘지 않게 돼 있다), 5천만 원 이상에서 1억 원 미만일 때는 0.4퍼센트(30만 원이 한도액), 1억 원 이상에서 3억 원 미만일 때는 0.3퍼센트를 주게 돼 있다.

등기부등본 반드시 떼어보기

발품을 팔아 쓸 만 한 집을 찾았다면 먼저 그 집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자. 등기부등본은 대법원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 접속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서, 내가 만난 집주인과 그 집 소유자 이름이 같은지 그리고 그 집에 근저당권, 저당권, 가압류 등이 설정돼 있는지 확인한다. 다들 잘 알겠지만 등기부등본이 복잡한 집은 들어가지 않는 게 상책이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이 깨끗한 집을 찾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인지라 눈 질끈 감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더라도 그 집의 값이, 그 집이 떠안은 총 빚과 내 전세금을 합한 돈보다는 더 나가야 한다. 그러나 먹고사는 일에 바쁜 우리가 그 집의 값이 얼만지, 근저당권과 저당권이 뭔지도 잘 모르면서 단순히 덧셈뺄셈으로 그렇게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긴 그렇다. 그러므로 잘 아는 중개인이나 법률가가 있다면 그분들과 상담해보시길 바란다. 안전한 집으로 판명되었다면 집주인에게 계약금을 주고 이삿날을 잡으면 된다. 계약금은 일반적으로 전세금의 10퍼센트 정도(전세금이 2천만 원이면 2백 만 원).

결혼 안 하고 혼자 살면 대출받기 어려워

대출을 받아 이번엔 지상으로 이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비혼으로 혼자 사는 내가 대출받을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없었다. 노후를 대비해 붓고 있는 종신보험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마이너스통장에서 고리로 빚을 내는 것 외엔. 그나마 마이너스통장도 직장을 다녀서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직장을 그만둔 뒤론 대출 기간을 연장할 수도 없었으니. - -;;; 허기야 프리랜서로 일하는 친구는 소속된 곳이 없어 신용카드도 만들 수 없었다고 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은행과 구청에 전세자금대출 제도가 있긴 하지만, 그건 모두 배우자가 있거나 부양가족이 있어야 한다. 이자가 낮아(연리 2퍼센트 정도) 특히 사람들 눈길이 쏠리는 구청의 전세 자금 대출은 혼자 살 경우 만 35살 이후에나 가능하다. 왜 35살 이후일까. 직장에서도 퇴출될 나이니 불쌍해서 선심을 베푼 걸까. 구청 직원에게 그 이유를 물으니 “법 만든 사람들이 알지 않겠느냐” 한다. 아 예.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인 꼭 받기

이사한 후 세입자로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인을 받는 것이다. 즉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여기 살아요~”라고 알리는 것인데, 이 두 가지는 세입자라면 거시기에 칼이 들어와도 꼭 해놓아야 하는 일이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니까. 동사무소에 전입 신고할 때 전세계약서를 가져가면 계약서 빈 란에 전입 신고했다는 도장과 확정일자인을 나란히 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인이란 전세계약서가 ‘이날 여기’ 존재했노라 증명하는 것으로, 이것을 받아놓으면 세 든 집에 문제가 생길 경우 먼저 그 집에 침 발라 놓은 사람들에겐 밀리나, 나보다 후순위인 담보권자나 일반 채권자보다는 먼저 돈을 받을 수 있다. 전입 신고할 때 기억할 점은 동, 호수까지 정확히 써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등기부와 주민등록주소가 달라 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 여미숙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