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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 도시재생

부산 물만골 공동체를 다녀오다

1월2일~3일 부산 물만골을 다녀왔습니다.
물만골은 획일적인 아파트건설과 공동체를 해체하는 재개발에 맞서 주민공동체의 자주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마을입니다.
우리가 삼선4구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안개발 계획에도 좋은 참고사례가 될 듯하여 방문과 교류를 추진하였습니다.
1월2일 저녁 도착하자 마자 물만골 공동체와 삼선4구역 대안개발계획 사례를 서로 보고하고, 많은 궁금증을 해소하였습니다.

3일 오전에는 통장님과 간담회를 하고 나서 마을을 둘러보았습니다.

재개발의 파도가 아름다운 물만골 코앞까지 닥쳐 있습니다.
물만골의 실험이 꼭 성공하여 저 폭력적인 파도의 기세를 꼭 꺾게 되기를 바랍니다.


물만골 소개 ==========

물만골은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2동 산 176번지 일대에 위치해 있으며, 황령산 남서방향 분지 10만평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물만골에는 약 450여 세대 1,5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이 살고 있는 주택들은 모두 무허가 불량촌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물론, 무허가라 하더라도 비닐하우스촌과 같이 비등재 무허가 주택이 아닙니다.

이 곳은 1953년 농장(방목장)이 설치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고, 1970년대 초량지역 철거민들의 대거 유입, 1980년대 이농민들의 대량 유입으로 오늘날과 같은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1992년에는 마을을 철거하려는 구청에 맞서 10일간 철거반대투쟁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물만골 공동체가 결성된 계기는 1997년 재개발사업의 추진에 주민들이 반대하면서부터입니다. 1997년과 1998년에 걸쳐 물만골 주민들 일부가 재개발조합을 결성하여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하였습니다. 이에 대규모 아파트 건립 방식의 재개발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사업을 무산시켰습니다. 1999년 2월 14일에 주민들은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재개발사업 추진을 공식적으로 중지시켰고, 물만골의 자생조직과 통・반조직을 하나로 묶어 물만골 공동체를 출범시켰습니다.

물만골 공동체는 마을청소, 마을 내 도로의 개선, 마을버스 운행 등의 활동을 벌이다, 보다 안정된 주거를 확보하자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땅을 한 번 사보자는 생각으로 돈을 모으게 되었고, 물만골 일대의 토지 5필지 중 3개 필지 매입을 완료하였으며, 나머지 필지에 대해서도 매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단순히 자기 땅을 갖자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의 힘으로 생태마을을 만들자는 데에까지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물만골은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토지매입 비용이 부산 시내임에도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주민들은 토지를 매입하는 비용을 새마을금고로부터 대출받기 위해서 물만골이 위치한 연산2동 새마을 금고 통장을 모두 개설하였습니다. 약 400여 가구가 연산2동 새마을금고에 계좌를 개설함으로써 물만골 공동체는 이 새마을금고의 가장 큰 고객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의원 중에서 물만골 공동체에 속한 주민들 역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어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받기에 용이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출은 개별 주민에게 제공되나, 대출금은 모두 공동체 통장으로 모이게 됩니다. 이 돈으로 토지를 구입하고 주민들은 자신들이 대출받은 돈을 상환해 나가는 방법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물만골 공동체에서 구입한 토지의 소유는 물만골 공동체로 되어 있고, 지분만 개별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사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지분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현재 물만골 공동체에서 각 가구의 평균 토지매입 면적은 약 150여 평 정도 되고 평당 평균 매입비용이 15만원 정도라 하면, 각 가구에서 앞으로 상환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강한 공동체적 유대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물만골 공동체의 자조주택사업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즉, 아직은 토지를 매입하는 단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의 건설, 기반시설 설치 등과 관련하여 많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단계에서 공동체 주민들은 향후 계획과 관련하여 몇 가지를 결정하였는데, 그것은 개별 지분이 약 300평에 이르지만 주택은 가구당 24평 정도의 준2층 단독주택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토지는 공공용지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또한 주택들을 인접해서 짓기보다는 최대한 자연적 환경을 감안하여 여유 있게 배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물만골 공동체의 자조주택사업 최대목표가 생태마을을 조성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만골 공동체의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공동체의 힘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하겠지만, 이 실험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입니다. 삼선4구역의 대안개발계획과 같은 비슷한 실험과 노력이 더 많은 곳에서 진행되어 새로운 흐름을 만들수 있다면 물만골의 실험도 성공에 더 다까워 질 것입니다.